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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New Zealand)/걸어서 뉴질랜드속으로

<Day 2: 통가리로 국립공원> 뉴질랜드 북섬 뚜벅이 여행 16박17일

[ 2020년 12월 17일 목요일 ]

여행 2일차: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 

▶Tongariro Alpine Crossing

 

 

 

내가 타우포로 여행을 온 이유는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이다.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 최초의 유네스코 복합유산(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인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에는 세 개의 화산 봉우리가 있다.

 

1. 나우루호에(Mount Ngauruhoe, 2,291m)

 

2. 루아페후(Mount Ruapehu, 2,797m)

→ 뉴질랜드 북쪽 섬에서 가장 높은 산

 

3. 통가리로(Mount Tongariro, 1,968m)

 

이 봉우리들은 모두 '환태평양 불의 고리(Pacific Ring of Fire)'의 일부로 태평양의 지각판을 둘러싸고 있는 화산 지역이며,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는 여러 가지 하이킹 코스를 즐길 수 있는데 그중 아래 세 가지 코스가 가장 유명하다.

 

1.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ariro Alpine Crossing)

▶ 1일 코스

2. 통가리로 노던 서킷(Tongariro Northern Circuit)

4일 코스

3. 라운더 마운틴 트랙(Round the Mountain track)

6일 코스

 

이 세 가지 트랙(track) 중 내가 도전한 것은 산 곳곳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여러 빛깔의 아름다운 호수를 볼 수 있는 1일짜리 코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이다.

 

타우포 다운타운에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주차장 입구까지는 차로 1시간 좀 더 넘게 걸리는 거리이고, 하이킹 코스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기 때문에 보통 셔틀을 많이 이용한다.

 

나는 어차피 뚜벅이라 무조건 셔틀을 이용해야 했고, 아래 사이트를 통해 4~5일 전쯤 예약해뒀다. (요금은 $70 + 수수료)

 

https://www.adventurehq.co.nz/

 

Taupo to Tongariro Shuttles - Adventure HQ

Premium shuttle services around Taupo, Tongariro Crossing and Mt Ruapehu. 10+ years of experience, 100% NZ owned local provider. Daily out of Taupo and Turangi.

www.adventurehq.co.nz

 

예약 후 예약 확정 메일을 받은 메일로 정확한 픽업 시간을 문의했고, 내가 머무는 숙소 앞으로 새벽 5시 50분까지 오기로 했다.



 

 


# 05:32 am

전날 밤 미리 챙겨둔 계란+토마토 볶음, 수분을 보충해줄 물+파워에이드 그리고 간식거리(과자, 젤리, 견과류 바)까지 잘 챙긴 후 커피 한잔을 챙겨 밖으로 나가 셔틀 오기를 기다렸다.



 

 


# 05:42 am

이 커피를 담은 플라스틱 잔은 타우랑가 떠나기 얼마 전쯤 집주인분들이랑 같이 살던 동생 현희랑 다녀온 파파모아 나이트 마켓에서 맥주를 사 마시면서 2불 주고 사온 컵인데... ㅋㅋ 잉크가 손에 묻어난다... 에라이 ! 

컵에 ml 수가 적혀있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 챙겨 왔거늘... 쓔레기였다 : (



 

 


# 05:50 am

커피 마시면서 셀카 찍고 놀고 있으니 셔틀이 왔다. 



 

 


# 06:00 am

내가 셔틀을 탔을 땐 아무도 타 있지 않았고, 다음으로 어떤 주택가에서 탄 키위 남매를 픽업한 후 그 자리에서 브로셔를 나눠주고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차로 이동하는 동안 아이패드를 통해 각자 개인 정보, 주의사항 등을 체크하면 된다고 했다.

 

처음에 키위 남매를 보고 연인 사이인 줄 알았는데 여동생과 오빠 사이였다. 이름은 안나, 사이먼

난 화장실 들렀다 갈거라 했더니 그럼 위에서 보자 하길래 난... 느려서 너네를 만날 수 없을 거 같은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웃으면서 응^^이라고 대답해버렸고, 역시나 위에서 그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나중에 하산하고 보니깐 나보다 훨씬 훨씬 더 빨리 끝내서 아래에서 쉬고 있었다.

 

여담으로 셔틀 마지막 출발 시간이 4시였는데 시간을 맞추느라 마지막엔 미친 듯이 뛰면서 속으로 엉엉 울면서 내려왔는데 다행히도 9분을 남기고 세이브를 했고, 남매 중 오빠인 사이먼이 웃으면서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줬는데... 진짜로 울뻔했다. 사이먼 오빠 쏘서윗...♡



 

 


# 07:26 am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주차장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하이킹을 시작하려고 길을 따라 걷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쭈욱 걸어서 나왔는데 원위치 ㅋㅋㅋ 알고 봤더니 차가 돌아서 나가는 길을 하이킹 코스라 착각하고 따라 걸었던 것이었다. 하이킹 폴(등산스틱) 길이 조절하느라 표지판을 제대로 안 보고 걸었더니 시작부터 바보 같은 짓을 했다.



 

 


# 07:34 am

하이킹 시작 전 워밍업 한 거라 생각하며 이번엔 제대로 된 입구를 찾아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출발 지점: Mangatepopo Car Park

 

●도착 지점: Ketetahi Car Park

 

출발 지점부터 도착 지점까지는 총 19.4km이고, 예상 소요시간은 6~8시간이라 나와있다.



 

 


# 08:48 am

Carpark ▶ Soda Springs 4.4km / 1~1.5 hours (도착 예정 시간: 9시)

 

브로셔에 나와있는 소요시간과 비슷하게 주차장 입구에서 소다 스프링스까지 1시간 10분 만에 도착했다.



 

 

 

사실 진짜 소다 스프링스까지는 여기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300미터, 5분가량을 더 걸어야 했지만 도저히 저기까지 갔다 올 엄두가 나질 않아서 이 자리에서 사진과 동영상만 줌인으로 찍고 지나갔다.



 

 


# 09:08 am

소다 스프링스에서 건 지 20분쯤 지났을까 배가 너무 고파졌다.

아침에 커피 한잔만 마시고 왔더니 몸에 힘이 없어서 산행을 이어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힘들면 돌아가라고 적혀있는 안내판 뒤에 앉아서 챙겨 온 토마토+계란 볶음을 먹었다.

이때 안 먹었으면 진짜 쓰러졌다.



 

 


# 09:20 am

든든히 배를 채우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힘찬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



 

 


# 10:04 am

Soda Springs ▶ South Crater 2km / 1 hour (도착 예정 시간: 10시)

 

중간에 밥 먹느라 시간을 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 시간에 맞춰 잘 도착했다.



 

 


# 11:14 am <Red Crater>

해발 고도 1,886m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도착했다.

South Crater에서 1시간 10분가량만에 도착했다.

여기 올라오는 길이 제일 힘들었다.



 

 


레드 크레이터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Blue Lake가 보인다.



 

 


왼쪽에 있는 것이 Blue Lake, 오른쪽에 보이는 조그마한 호수들이 Emerald Lakes



 

 


# 11:29 am <Emerald Lakes>

좀 더 가까이서 보니 에메랄드 레이크는 세 개다.



 

 


여기 내려가는 길이 엄청 미끄러워서 엉덩방아도 찧고, 몸 무게 중심 잃어서 계속 휘청거렸다.

경사도 경사지만 바닥이 너무 건조해서 엄청 미끄러웠다.

거기에 바람까지 엄청 불어서 눈에 자꾸만 모래가 들어가서 더더욱 힘들었다.



 

 


# 11:39 am

가파른 경사를 천천히 한 발씩 내딛으며 내려왔다.

에메랄드 호수 세 개 중 두 개는 양쪽으로 나란히 있고, 한 개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 호수는 나란히 있는 두 개의 호수들 중 왼쪽에 있는 에메랄드 호수이다.



 

 


이것은 나란히 있는 호수들 중 오른쪽에 위치한 에메랄드 호수



 

 


# 11:44 am

South Crater ▶ Emerald Lakes 2.6km / 1.5 hours (도착 예정 시간: 12시)

 

오른쪽에 있는 에메랄드 호수 바로 앞에 앉아 런치 타임을 가졌다. (12시 20분까지)

산 탈 땐 컵라면이 최고 아니겠는가 

산에서 라면 먹으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백패커스에서 나올 때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왔었는데 산타는 동안 뜨거운 물이 조금 식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30분 동안 쉬면서 컵라면도 먹고, 과자도 먹고, 젤리도 먹으면서 에너지 재충전 후 다시 출발!



 

 


# 12:23 pm

여기가 에메랄드 호수들 중 마지막 호수



 

 


# 12:49 pm <Blue Lake>

'에메랄드 레이크'에서 30분 걸려 도착한 '블루 레이크'



 

 


# 01:32 pm <Upper Te Maari Crater>

Upper Te Maari 분화구에 도착했다.



 

 


# 01:55 pm

Emerald Lakes ▶ Ketetahi Shelter 4km / 1~2 hours (도착 예정 시간: 2시)

 

여기 Ketetahi Toilet에 오후 2시 이후로 도착하게 되면 전화하라고 브로셔에 나와있어서 시간 맞추느라 엄청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무릎 나가는 줄... 

 

이제 여기서부터 주차장까지 2시간 안에 도착해야 했다. 오후 4시 출발 편이 마지막 셔틀이었기에...



 

 


# 02:59 pm

여기서부터 주차장까지 45분 걸린다고 나와있다.

이때 여기 도착한 시간이 오후3시였기에 4시까지 충분히 도착하겠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마지막에 내려가는 길엔 시간 맞추느라 등산스틱이 원래 내 발인 것처럼 네발로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나중엔 등산스틱을 아예 손에 들고뛰었다.



 

 


# 03:20 pm

이 다리를 발견한다면 여기서부터 주차장까지 대략 40분 걸린다고 보면 좋을듯하다.

 

난 마지막에 뛰었는데도 30분 걸린 거 보면 좀 더 여유 있게 걸었으면 40분은 족히 걸릴 듯



 

 


# 03:51 pm

Ketetahi Shelter ▶ Carpark 6.4km / 1.5~2 hours (도착 예정 시간: 4시)

 

뛰다 보니 옆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천천히 구경도 하고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

저 물 내려가는 거 따라서 미친 듯이 뛴 거 생각하면 아직도 웃기다.

 

9분 남기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 길이 더 남은 줄 알고 엄청 힘차게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도착 지점이 나와서 놀람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셔틀 기사님이 나한테 메일도 보내고, 문자도 보냈는데 인터넷 신호가 안 터져서 뒤늦게 확인했다.

도착점에 내려왔을 때 내 눈은 빠르게 셔틀을 찾았고 그제야 셔틀 기사님 얼굴이랑 같이 차 타고 온 남매 얼굴들이 보였다. 다들 활짝 웃으면서 해냈다고 잘했다고 박수 쳐주는데 눈물이... 또르륵 날뻔했지만 셔틀이 출발해야 했기에 그럴 새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서 내 상태를 봤더니 웬 거지 한 명이 앉아있었다.

얼굴은 모래 바람에 엉망진창이 됐고, 손도 꼬질꼬질 머리도 헝클어져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 05:00 pm

다리를 쩔뚝거리며 내려서 가는 나에게 해피 크리스마스 보내라고 인사해준 쏘서윗 아쟈씨 ~! 바이 바이

 

하이킹은 8시간 반 만에 끝냈고, 새벽 6시쯤에 나와서 오후 5시에 숙소로 돌아왔다. 무려 11시간이나 소요됐다 하하핫

 

혼자서 이 긴 시간 동안 하이킹하는 게 쉽지가 않았는데 나에게 큰 도움이 됐던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팟캐스트 '비보'

인터넷 신호가 잡혔다 끊겼다 반복하는 산에서 미리 다운로드하여갔던 비밀보장 팟캐스트는 최고였다.

 

두 번째: hiking poles

등산스틱을 챙겨간 건 신의 한 수였다.

산 타는 것을 엄청 좋아하지만 산은 잘 타지 못 타는 나에게 하이킹 폴은 필수템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세 번째: 산에서 만난 사람들

레드 크레이터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때 어떤 부부+딸 세 가족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고, 갑자기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이름이 뭐냐며 묻더니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며, 스튜핏 한 등산스틱 지금은 가져온 걸 후회할지 몰라도 나중에 내려가는 길에는 유용하게 쓰일 거라며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시던 천사 같던 키위 아주머니 ㅜ,ㅜ 옆에서 아빠도 이제 반 정도 온 거라고 반만 더 가면 된다고 다 왔다고 응원해줬다. 흐흡...

인도 커플도 혼자 온 나에게 사진 찍어줄까라며 먼저 물어봐주고 다들 친절했다.

그 이외에도 지나가며 헬로 인사하면서 괜찮냐고 물어봐주던 사람들 잊지 못할 거다... 다들 복 받으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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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징그러움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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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반 산행 후 얻은 영광의 물집들 ^^V

산 타는 동안에 터져버렸더라면 엄청 힘들었을텐데 터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버텨줘서 고맙다 내 발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