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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New Zealand)/걸어서 뉴질랜드속으로

<Day 10: 뉴플리머스> 뉴질랜드 북섬 뚜벅이 여행 16박17일

[ 2020년 12월 25일 금요일 ]

여행 10일차: 뉴플리머스(New Plymouth) 

▶New Plymouth Coastal Walkway

▶Wind Wand

▶Paritutu Rock

 

 

 

 

 

# 10:29 am

오늘은 크리스마스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등산 갈 준비를 마치고 밑으로 내려갔더니 테이블 위에 초콜릿이 놓여있었다.

숙소 주인분들께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투숙객들을 위해 준비해둔 선물이었다. 

아침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 10:30 am

아침으로 간단히 샐러드에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버섯을 먹었다.

 

 

 

 

 

# 11:15 am

타라나키 산에 가기 위해 여기 뉴플리머스까지 온 건데 문제가 생겼다.

 

크리스마스날은 공휴일이라 산까지 운행되는 셔틀 버스가 없어서 우버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우버도 잡히지가 않았다.

공휴일이라 다들 쉬나보다. 조금 기다리면 잡히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해서 우버를 불러 보았지만 주위에 운행하는 차가 한 대도 없어서 플랜을 바꿔야만 했다.

 

등산화, 등산복에 등산스틱까지 가방에 꽂아서 나왔는데 이 옷차림으로 어딜가면 좋을까 생각하다 해안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며칠 내내 주구장창 비가 오던 날씨가 이 날만큼은 무진장 화창해서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 11:30 am

타라나키 산은 내일 가는 걸로 하고, 뉴플리머스 코스탈 워크웨이를 걷기 위해 해안가 쪽으로 가는 길

 

 

 

 

 

# 11:39 am <New Plymouth Coastal Walkway>

뉴플리머스 코스탈 워크웨이에 도착했다.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져있는 산책로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 11:42 am

역시 바다는 바다다. 바람이 엄청나다.

쓰고온 모자가 계속 벗겨지려고 해서 아예 잠바 모자까지 써버렸다.

 

 

 

 

 

# 11:52 am

뉴플리머스 해안 산책로(New Plymouth Coastal Walkway)의 총길이는 벨 블록 비치(Bell Block Beach) 동쪽 끝부분부터 포트 타라나키(Port Taranaki)까지해서 총 13.2km이다. 

 

나는 중간 정도 되는 지점인 woolcombe Terrace 부터 시작해서 끝 지점인 Port Taranaki 까지 걸었고, 총 5.2km 정도 되는 거리였다.

 

 

 

 

 

 

 

# 12:01 pm <Wind Wand>

걷다보니 나온 '바람 지팡이'

 

Wind Wand는 높이 48미터, 지름 2cm, 무게 약 900kg으로, 뉴플리머스의 유명한 상징물이다.

 

뉴질랜드 출신의 미국 예술가 렌 라이(Len Lye:1901~1980)가 디자인한 키네틱 아트 작품으로 바람에 따라 움직이고, 밤에는 끝에 매달린 유리구에서 빛을 낸다.

 

움직이는 예술(어떠한 수단이나 방법에 의하여 움직임을 나타내는 작품의 총칭)이라 불리우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

 

뉴플리머스 지역의회에서 새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렌 라이 재단에 의뢰하여 재작 했으며, 1999년 12월 31일 자정에 세워졌다. 설치한 지 한 달 만에 강풍으로 기둥 끝에 달린 유리구가 떨어져 나가서 수리를 위해 철거했다가 2001년 7월 5일 렌 라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재설치되었다.

 

 

 

 

 

# 12:12 pm

여기부터 이어지는 산책길은 제주도의 올레길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 12:39 pm

한참을 걸었는데 제대로 된 산책로가 나오지 않아서 무엇인가 잘못됐다는걸 깨달았고, 여기를 벗어나기 위해 저 가파른 곳을 기어서 올라갔다. ^^v 그랬더니 다시 산책로가 나왔다는...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싱긋 웃어보았다.

 

 

 

 

 

 

 

# 01:06 pm

Ngamotu Beach 근처에서 캠핑, 바베큐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크리스마스날이라고 다들 놀러 나온거겠지 ~?

 

 

 

 

 

# 01:13 pm

걷기 시작한지 1시간 반 만에 해안 산책로 끝나는 지점에 도착했고, 근처 벤치에 앉아서 챙겨 온 도시락을 먹었다.

 

맨 처음 산책로 따라 걷기 시작했을때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산이 보였는데 이왕 걷는 김에 저기를 한 번 올라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글 지도를 검색해보니 지금 쉬고 있는 곳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뒤 산을 향해 추울 바알 - 

 

 

 

 

 

# 01:49 pm

워후 ! 높아도 너무 높아 보였다.

과연 저기 위를 사람이 걸어 올라갈 수 있을까 했는데 자세히 보니 맨 꼭대기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

 

 

 

 

 

# 02:01 pm <Paritutu Rock>

Paritutu Centennial Park에 있는 Paritutu Rock

 

위에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Paritutu Summit Track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 30분이 소요된다고 나와있다.

 

은근 겁이 많은 나는 네발로 천천히 기어 올라갔다.

 

 

 

 

 

# 02:02 pm

처음엔 이런 계단이 나와서 챙겨 온 등산 스틱을 꺼냈더랬다.

계단 따라 걷기 시작한지 10분이 지났을까 

그때부터는 hiking pole이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전부 돌길이었기 때문에...

 

 

 

 

 

# 02:12 pm

여기부터 시작이었다. 저 옆에 줄 잡고 암벽 등반하듯 기어 올라갔다.

 

 

 

 

 

# 02:36 pm

돌길을 20분쯤 오른 뒤 도착한 맨 꼭대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이 좁고 위험하기때문에 위에서 하산하는 사람이 있으면 멈추고 기다려야 했다.

그런 와중에서 다들 서로 해피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해주던 사람들 : )

 

 

 

 

 

 

 

# 02:43 pm

크허 너무 멋진 뷰 ~!

여기 안 올라와보고 뉴플리머스를 떠났더라면 울었을 거다.

개인적으로 뉴플리머스 관광지 추천 1순위는 'Paritutu Rock(파리투투 락)' 이곳이다.

30분만 오르면 이렇게 좋은 뷰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 최고 ! 대신 날씨 좋은 날에만 올라가야 한다. 위험하니깐 ㅜ_ㅜ

 

 

 

 

 

# 02:54 pm

혼자서 타우랑가에서부터 챙겨 온 크리스마스 모자랑, 생일 꼬깔 모자를 쓰고 사진 찍고 놀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애가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나도 찍어준다길래 고맙다 하고 서로 사진 찍어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는데

 

이 친구는 바누아투에서 왔고, 이름은 Jonas라고 했다.

지금은 웰링턴에서 일하면서 지내는 중인데 휴가 시즌이라 여행 다니는 중에 우연히 여기를 올라오게 됐다고 했다.

 

나도 내 얘기하다가 원래는 오늘 타라나키 산을 가려고 했는데 우버가 안 잡혀서 못 갔고 그래서 내일 갈 예정이라고 산 사진을 보여주며 니는 여기 갔다 왔냐고 물어보니깐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며 여기에 이런 멋있는 곳이 있냐는 듯한 놀란 표정이었다.

 

서로 안녕 ~ 여행 잘해 ~ 인사하고 조나스가 먼저 내려갔다. 내려간 줄 알았다.

혼자 또 사진 찍고 놀고 있는데 간줄 알았던 조나스가 갑자기 다시 올라와서 혹시 내일 자기도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봤다. 자기가 차 있으니깐 픽업해주겠다고

거절할 이유가 없어 당연히 된다고 했고, 그렇지만 내가 가려는 코스는 Summit에 가려는 게 아니라 호수에 비치는 산을 볼 수 있는 다른 코스라고 그래도 괜찮냐고 했더니 괜찮단다. 그래서 내일 오전에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다.

 

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라는데 여행을 할 때마다 그 말을 더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 03:16 pm

조나스는 진짜로 내려갔고, 난 남아서 혼자 열심히 사진 찍고 놀았다.

 

두 번째로 보내게 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한국에서 보낼 줄 알았는데 이례적으로 뉴질랜드에서 워홀 비자 시즈널 비자로 연장해줘서 지금까지 여기에 남아있는 것도 그렇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상상도 못했던 건데 갑자기 이렇게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들어 놓은 것도 그렇고

 

인생이라는 게 모든 게 다 내뜻대로 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니 매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 같다. 

 

 

 

 

 

# 03:48 pm

돌길에 미끄러질까 봐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다리에 잔뜩 힘을 줬었나 보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듯 움직였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걸까

걸음걸이가 터덜터덜+절뚝절뚝이 합쳐진 느낌이었다.

 

 

 

 

 

# 04:44 pm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타라나키 산이 보였다. 하얗게 눈이 앉은 산 정상이 보인다.

 

 

 

 

 

# 05:21 pm

'Paritutu Rock'에서 내려와 걸은지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숙소 근처.

공휴일이라 문 연 마트를 찾기 힘들어 맥도날드에 햄버거를 먹으러 왔다.

역시 맥도날드 ! 크리스마스에도 24시간 영업한다.

 

 

 

 

 

# 06:42 pm

숙소에 도착했다. 

이제 하루에 대여섯 시간 걷는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졌다.

31살 나의 생일이자 크리스마스는 걷는 걸로 시작해서, 걷는걸로 끝이 났다 : )

 

외국에서 지낼 땐 만 나이로 얘기하다 보니 29살이라 하고 다녔는데 이젠 생일이 지나서 만으로도 30살이다. 진정한 30대에 접어들었다.

한국 가면 32살로 살아야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전혀 실감이 안 난다. 마음은 아직까지 20대 같은데 말이다.

2019년엔 뉴질랜드 Mount Eden
2020년엔 뉴질랜드 Paritutu Rock

2021년 크리스마스날엔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으려나